2009/01/28 01:26
온라인 지식시장 세계 최초로 사업 모델화 성공
온라인 지식시장 연 3백% 급팽창
세계 최초로 사업 모델화 성공, 시장규모 1백억… 中·日 등 해외진출도 활발
증권을 거래하는 ‘증권거래소’가 있다면 온라인엔 지식을 거래하는 ‘지식거래소’가 있다.
단편적 정보가 아니라 체계적으로 작성된 문서 형태의 지식이 활발히 거래되는 곳으로 온라인의 새로운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사업 모델은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이 세운 또 하나의 인터넷 이정표다
지식을 사고파는 시대가 됐다. 지식거래가 온라인 사업화하는 가운데 전문 지식거래 사이트인 ‘지식거래소’까지 등장했다. 인터넷에 무료 콘텐츠가 천지로 널려 있는데 유료 지식거래가 무슨 사업이 될까 하겠지만, 이미 이 사업은 기존의 지식생산·유통구조까지 변화시키며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6월 온라인 지식거래 사이트 리포트월드(www.reportworld.co.kr)가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학생 1명이 리포트 1편을 작성하는 데 지출하는 평균비용은 9,000원으로 집계됐다. 리포트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참고자료 구입에 그 정도의 비용은 지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을 지불하고도 아깝지 않은 지식을 거래하기 위한 전문 지식거래 사이트는 100여개로 이 중 약 30여개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종 사업인 만큼 구체적인 통계자료조차 없지만 현재 이 시장 규모는 약 100억~15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아직 다른 온라인 기반 사업에 비하면 적은 수치지만 매년 수백 퍼센트씩 성장하고 있어 선점경쟁이 뜨겁다.
2000년부터 유료 거래 본격 시작
인터넷을 매개로 한 유료 지식거래시장이 생긴 것은 지난 2000년 에이전트 소프트(Agent Soft)가 대학생 전용 포털사이트 해피캠퍼스(www.happycampus.com)를 만든 것이 효시다. 리포트나 논문 작성 때 자료가 필요한 대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이듬해 유료화를 했지만 이용자 수는 오히려 늘어만 갔다. 해피캠퍼스 김정태 대표는 “과거 대학생들이 선배의 논문이나 리포트를 필요로 했듯이 예전부터 지식에 대한 수요는 존재해왔다”면서 “이 같은 수요와 공급이 온라인 상에서 그것도 공개적으로 시장원리에 따라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 지식거래소를 이용하는 회원수만 180여만명. 올해 매출이 50억원을 헤아리고 매년 300~400%씩 성장해왔다.
사실 지식거래라는 말은 오래 전에 생겼다. 그러나 인터넷이 등장하기 이전인 PC통신 시절, 지식이란 것은 상품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의 지식은 매우 정교한 자료나 정보를 칭한다. 일반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글 수준이 아니라 적게는 수 페이지에서 많게는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보고서 형태의 파일로 존재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수익도 정보의 가치에 따라 창출된다. 그 가치는 해당 지식을 다운로드하는 횟수에 따라 매겨진다.
지식의 가격은 리포트, 논문, 설문자료 등 자료 종류에 따라 건당 1,000원에서부터 수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특히 이 가격은 유동적이어서 수요가 많이 몰리면 가격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거래가 성사되면 지식거래소는 거래가격의 40~60%를 수수료로 챙긴다.
거래하는 지식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지고, 지식 공급자와 수요자의 층도 넓어지고 있다. 대학생을 위해 단순히 리포트나 논문을 매매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법률정보, 프레젠테이션 자료, 세미나 자료, 이력서, 통계정보, 시장조사 보고서 등 전문자료까지 취급 대상이 크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일반인이나 기업간 지식거래의 유통 속도도 상당히 빨라졌다.
이보다 더 구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식거래소도 등장했다. 예스폼(www.yesform. com)과 비즈폼(www.bizforms.co.kr)이 그곳으로 계약서, 제안서, 견적서, 사업계획서 등 각종 서식 문서를 취급한다. 또 특허기술을 사고파는 장터(www.patentmart.or.kr)와 논문자료를 주로 거래하는 자료원(www. copykorea.com)도 있다. 예스폼 이응렬 사장은 “서식 자료만 거래하지만 전체 자료가 78만건에 이르는 등 자료가 풍부하기 때문에 회원이 증가하고 있다”며 “지식거래 시장은 잠재력이 커 전망이 밝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초 지식거래시장, 해외진출까지
최근 국내 지식거래 업체들이 해외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내수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해외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두 마리 토끼 잡기다. 해피캠퍼스는 최초로 지난 2001년 중국에 지사까지 두고 중국 내 지식거래 사이트를 오픈했다. 중국 법인에 등록된 자료 건수도 벌써 30만건을 넘었고, 90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회원증가세가 한국보다 높아 연간 최고 1,000% 선을 넘나들고 있다.
내년엔 일본에도 진출하기 위해 사이트 구축에 한창이다. 해피캠퍼스 김정태 대표는 “외국은 지식에 대한 유료화에 익숙한 시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전망이 밝은 편”이라며 “한-중-일 아시아 3국을 잇는 지식거래 사이트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문 지식거래소가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자 일반 포털사이트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4월 네이버가 ‘지식시장(km.naver. com)’을 별도로 오픈했다.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지식거래 시장이지만 처음엔 진통도 많이 겪었다. 학생들 사이에 ‘베껴 쓰기’를 조장한다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이 대표적. 대학생들이 리포트를 직접 작성하지 않고 남이 쓴 것을 사오는 풍토를 조성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지식거래소는 오히려 그런 사례가 줄고 있다고 반박했다.
처음엔 부정적인 사용자가 있었지만 모든 자료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베껴 쓰기를 창피하게 여기게 되었다는 것. 해피캠퍼스 김정태 사장은 “지식이 공개되어 있어 저작권 파악이 예전보다 더 확실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식사회>의 저자인 독일 체펠린대 니코 스테어 교수는 지난 7월27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유네스코 주최 학술대회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을 어떻게 감시하고 조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이것이 결국 ‘지식 민주화’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지식거래소. 이 사업이 온라인의 새로운 사업으로 자리매김에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과거 닷컴기업처럼 한때 열풍에 그칠 것인지에 온라인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해법은 지식을 상품으로 여기고 그 상품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 지식거래소가 풀어야 할 숙제
“저작권 관리에 만전 기해야”
전자상거래의 새로운 모델로서 지식거래소가 지식을 거래할 수 있는 무형의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몇 가지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 우선 지식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통계자료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진다. 따라서 업데이트된 자료가 계속 거래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또 무엇보다 저작권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지식거래소가 단순히 지식거래의 장터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매일 올라오는 수천건의 지식에 대한 저작권을 확인하는 작업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한데 모아 마치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것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얼마만큼 잘하느냐는 거래소의 사활과 직결된다. 해피캠퍼스는 수십명의 재택근무자와 계약을 맺고 저작권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 정제된 지식만 거래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고 있다.
업계 선두주자인 해피캠퍼스 김정태 사장은 지식거래시장에 대해 ‘정교한 이쑤시개를 만드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썼다. 같은 이쑤시개라도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든 것이냐, 또 얼마나 뾰족하게 만들었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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